희망도서


타인의 고통

정소연│2018-11-19 13:34:41.0│조회수:436

저자 수전 손택|역자 이재원|이후 |2004.01.07

 

 

오늘날 타인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2003년 10월 12일 독일출판협회는 제55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수전 손택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는 것이 시상 이유였다. 독일출판협회가 잘 지적했듯이, 손택은 첫 저서 <해석에 반대한다>(1966)에서부터 최근작 <강조해야 할 것>(2002)에 이르기까지 기계로 대량 복제되는 이미지가 한 문화의 감수성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일관되게 추적해 왔다. 그리고 미군의 폭격기들이 한창 바그다드 외곽 지역을 폭격하고 있던 지난 3월 말에 출판된 이 책 <타인의 고통>은 그 노력의 결정판이다.
손택의 관찰에 따르면, 오늘날의 현대 사회는 사방팔방이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여 있다. 특히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컴퓨터, PDA 등의 작은 화면 앞에 붙박인 채로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앙의 이미지를 속속들이 볼 수 있게 해줬다. 그렇지만 이 말이 곧 “타인들의 괴로움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두드러질 만큼 더 커졌다는 말은 아니다.” 이미지 과잉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 그리고 이렇듯 타인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타인이 겪었던 것 같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정통해지고, 진지해질 수 있는 가능성마저 비웃게 된다는 것이 손택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손택은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던진다. 무엇보다 먼저 이 세계를 거짓된 이미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자고, 제 아무리 이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제스처가 엿보일지라도 세계를 재현하는 이미지의 방식 자체를 문제삼아 보자고. 따라서, 자신이 예전에 ‘투명성 Transparency’이라고 불렀던(해석에 반대한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손택은 우리가 이미지를 통해서 본 ‘재현된’ 현실과 ‘실제’ 현실의 참담함 사이에 얼마나 크나큰 거리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타인의 고통>을 쓰고 있을 때 손택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현실 인식이 손상된 걸까?” 손택은 스스로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고통의 재현물, 예컨대 전쟁이나 참화를 찍은 사진들을 볼 때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분석해 본다. 손택의 지적에 따르면, “고통을 둘러싼 도상학은 기나긴 족보를 갖고 있다.” 특히 재현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간주되는 고통은 신이나 인간의 분노가 낳은 것이라고 이해되는 고통이었다. 이런 고통의 재현물(예컨대 고문당하는 순교자나 박해받는 예수)은 뭔가 교훈을 주거나 본보기를 보이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었고, 이런 욕망은 얼마 안가 “사람들은 원래 소름끼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타고났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끔찍함 terribilit’ 속에 매력적인 아름다움이 놓여 있다” “숭고하거나 장엄하며, 그도 아니면 비극적인 형태로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니, 유혈 낭자한 전투 장면도 아름다울 수 있다” 등등의 주장이 나오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욕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8.12.03
희망도서가 제작 서비스 되었습니다.




≪이전글
엄마 반성문
다음글≫
라틴어 수업